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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레인
국내도서
저자 : 혼다 테츠야 / 한성례역
출판 : 씨엘북스(CLBOOKS) 201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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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찰 소설의 재미를 극대화한 작가 혼다 테츠야


   요코야마 히데오와 함께 일본 최고의 경찰 소설 작가로 유명한 혼다 테츠야.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이 바로 여형사 히메카와 레이코를 중심으로 일본 경시청 강력 수사반 이야기를 그린 스트로베리 나이트 시리즈입니다. 

   흔히 딸기 밤 시리즈로 불리는 이 시리즈는 사건 자체는 하드하고 고어 한 경향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읽기에 거북스럽지 않은 묘한 매력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마도 이야기의 중심에 히메카와 반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때로는 독하게, 때로는 매우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드러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혼다 테츠야는 일본 경찰 조직의 생리 및 조사 기법 등 여러 가지 사정에 정통한 작가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스토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른 자와 피해자,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조직 내부 사정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겠지요. 이런 작가의 역량이야말로 딸기 밤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비결일 것입니다





2. 조직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라 Vs 원칙대로 진실을 밝히라


   시리즈 4번째 작품인 "인비저블 레인"에서는 특히, 오래전 과거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종결되고 은폐되어 경찰 조직의 수치로 잊혔던 사건이 재조명될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조직에 위기가 다가올 때 조직의 수장과 상층부에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결정이 정말 중요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대응은 정공법으로 감추는 것 없이 진실을 그대로 밝히는 것입니다. 조직에 닥칠지도 모를 위협에 당당히 맞서고 필요하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질 부분을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접하는 현실세계의 조직 논리는 언제나 은폐와 조직 보호 쪽으로 작동합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진실보다는 조직과 조직 내 조직원의 이해관계가 최우선입니다. 언제나 독립적으로 최대한 공정하게 국민을 위해 노력한다고 믿어왔던 사법부가 보여주는 최근의 행태는 이런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비저블 레인"속 경찰 조직의 상층부도 비슷한 결정을 합니다. 사건의 해결보다는 입단속을 통한 적극적 은폐를 지시합니다. 과거의 과오와 연결되는 지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직 보호에만 혈안이 됩니다. 저 같은 사람은 "네, 알겠습니당. 네 에네에~~" 하면서 금방 순응하겠지요. 그러나 어느 조직에나 불의를 참지 못하는 똘아이는 한두 명쯤 있기 마련입니다. 남의 말 안 듣기로 유명한 우리의 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는 역시나 멋대로 단독 수사를 계속합니다. 조직의 도움이 어렵고 오히려 방해하는 상황에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이 소설의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일개 형사 혼자 감당할 수는 없는 이 과정에 다행히 조력자들이 많습니다. 현장 출신 직속상관들은 물론 감식과 등 늘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주위 동료의 도움으로 점점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 사이의 대결은 아이디얼 하게 마무리됩니다. 너무 이상적인 결론이지만 소설 속에서 이런 결론이 설득력을 잃지 않는 것은 진실을 밝힌 자들이 결국 뿔뿔이 흩어지는 것으로 대가를 치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분명 옳은 행동을 선택했지만 조직 내 위험한 자들로 낙인찍히는 준엄한 현실을 소설 속에서 그대로 반영한 것은 매우 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는 지평이 넓어지는 장점도 얻게 되고 말입니다.





3. 열혈 형사 레이코의 위험한 사랑, 그리고 영화...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에서 또 하나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이 바로 주인공 레이코의 러브 스토리입니다. 시리즈 내내 부하직원 기쿠다와 미묘한 기류가 있었지만 그다지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비저블 레인 스토리에 와서 갑자기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이 설정이 소설과 영화에서 조금 다른데 설득력은 소설 쪽이 더 있어 보입니다. 영화에서는 장르적 특성 때문인지 좀 더 급하고 파격적으로 그려집니다. 주인공의 과거와 성격 등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스토리입니다만 역시나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설정입니다.   

   성폭력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위기의 순간마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원동력이 되는데, 이성 간의 사랑에는 방해요소가 됩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그렇기에 위험한 사랑에 빠져드는 설정이라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생각하게 합니다.

   최근 유행처럼 언급되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면 이 소설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이력이 있는 주인공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동료들의 상식 이하의 말이나 공격적인 태도, 비아냥 거리는 말투와 행동 등은 언제 법적 조치를 취해도 과하지 않을 수준입니다. 

   가독성 좋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장르소설임에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생각할 거리가 제법 있는 좋은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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