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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국내도서
저자 : 데이비드 발다치(David Baldacci) / 김지선역
출판 : 북로드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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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성공적인 후속작


스톤 콜드 등 몇 가지 작품이 국내에 이미 소개되기는 했었지만, 데이비드 발다치의 작품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진 독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발다치라는 작가를 국내 장르소설 독자들에게 각인시킨 계기는 2016년 가을 무렵 북로드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출간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리뷰를 확인해보니 저는 2016년 11월 중순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읽었는데 당시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소재를 잘 살린 캐릭터 에이머스 데커가 독특한 전개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시리즈 첫 작품을 읽으면서 워낙 특이하고 극단적인 설정이기 때문에 에이머스 데커를 주인공으로 계속 참신한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었습니다. 그랬기에 북로드에서 이미 계약을 해서 당장 크게 매출이 안 나더라도 전략적으로 출간을 하는 결정을 하지 않는 이상 후속작이 나오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었습니다. 


예상 외로 후속작 "괴물이라 불린 남자"가 출간되었고, 반응이 좋았습니다. 읽어보니 저의 우려와는 달리 데이비드 발다치는 이 극단적인 설정을 매끄럽게 잘 굴리고 굴려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역시 이야기를 이어가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미 시리즈 세 번째 작품까지 출간한 상태에서 뒤 늦게 읽은 두 번째 작품이지만 여러 시리즈를 이어가는데 좋을 징검다리를 튼튼히 잘 놓았다는 확신이 듭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 괴물이라 불린 남자까지, 극단적인 캐릭터의 랑데부


"괴물이라 불린 남자"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메모리 히어로 에이머스 데커가 FBI 미제 사건 전담 팀에 합류하면서 스스로 선택한 사형 직전 드라마틱 하게 목숨을 건진 내셔널 풋볼 리그 최고 유망주 출신 사형수 사건을 맡기로 하면서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사건 이면의 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일 수밖에 없고 주인공의 행동이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 예측될 수밖에 없는 주인공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식상하지 않게 풀어갈 것인가?'였습니다. 저자는 또 다른 마블 히어로급 주연을 한 명 더 배치함으로써 둘 사이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긴장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아슬아슬하게 잘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두 주인공이 겪은 과거사의 공통점에서 오는 유대감, 미식축구 선수 출신이라는 연대감, 서로의 입장 차에서 오는 대립감 등을 아주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에 독자까지 덩달아 긴장감을 풀 수 없도록 안배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이런 시도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극단적인 하드캐리 육체를 소유한 '멜빈 마스'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기억력이 슈퍼컴퓨터 급인 주인공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다 해결하는 흔한 히어로 물이 되었을 것이고 필연적으로 이야기는 식상하다는 평가를 들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야기가 마냥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게 흘러갔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에도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거나 납득할 수 없다'고평가 하기는 어려운, 그래서 꽤나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노력한 필력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분명 범인의 존재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취향에 따라 자칫 흥미를 잃을 요소가 존재합니다.






지극히 미국적인 설정에서 오는 불편함이 관건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닐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는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생소함이 조금 느껴져서 호불호에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미국의 국민 스포츠 미식축구에 대한 매우 디테일한 묘사가 종종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과연 우리나라 독자 중에 미식축구 선수의 포지션이나 경기 운영방식과 전략에 대해서 배경지식이 있는 분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소설을 통해서 오히려 배워가는 맛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일부로 전혀 모르는 미식축구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이해하려 노력해가면서 읽을 만한 장르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의 의도는 아닐 테고 한국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은 아니라고 할 때 미식축구 묘사에 대한 지적은 지나칠 수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소설을 읽는 독자로써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음은 분명했습니다. 


다음으로, 사형 제도에 대한 생소함도 한몫을 합니다. 제도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사형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불편함이 있습니다. 저자의 사형제도에 대한 표현 의도는 이해하지만 소설적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큰 도움은 안 된 느낌입니다.


또한,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의 캐릭터는 캐릭터적 설정만으로도 비현실적인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를 좀 더 현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기억력이 극단적으로 좋아지면서 부작용으로 사회성이 떨어진다던가, 에둘러 표현을 못 한다던가, 타협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부분입니다. 주인공에게 약간의 인간미와 연민을 가지도록 하는 장치기는 하지만 오히려 주인공에 대한 매력을 조금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럼에도 데커는 흥미롭고 애정이 가는 캐릭터이긴 합니다.


대체로 저자가 다루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굳이 한 번 더 생각하기보다는 장르 소설로써 편히 사건의 갈등과 해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무척 높은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범죄 스릴러 냉정(?) 하드보일드 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형제도의 존속 문제, 법 집행 과정의 문제점, 미국의 역사적 과거청산 문제, 권력형 비리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문제 등을 고민하기 시작하면 꽤나 복잡한 소설이 됩니다. 부모 자식 간의 문제에 마지막 결말에서의 반전까지 저자의 다양한 안배가 놀랍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 이어 "괴물이라 불리는 남자"까지는 어쨌거나 성공적으로 스토리가 무난하게 흘러간 것 같습니다. 당연히 다음 작품도 읽어보는 것으로 결정한 만큼 에이머스 데커 "Memory Man" 시리즈의 성공적인 후속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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