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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2 세트
국내도서
저자 : 댄 브라운(Dan Brown) / 안종설역
출판 : 문학수첩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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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와 철학, 과학은 물론 종교와 미래학까지 넘나드는 댄 브라운의 특장점


   댄 브라운의 소설이 궁금해서 천사와 악마를 읽은 이후에 비슷한 패턴일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첫 작품에서 그만두기가 좀 거시 커니 해서 중간 생략하고 바로 나름 최신간 "오리진"으로 넘어왔습니다. 갑자기 댄 브라운의 소설의 오리진인 "천사와 악마"에서 오메가인 "오리진"으로 넘어오니 나름 변화가 크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매우 유사하기도 하고 나름 차별되기도 하는 두 작품입니다. 

   댄 브라운의 팬이거나 욕하면서도 계속 읽는 분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전개 방식이 너무 유사하다'와 '그래서 가독성은 짱이다' 두 가지로 압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천사와 악마"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책 좀 읽는다 하는 분이라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읽힌 소설에 대해서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베스트셀러는 좀 배제해줘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살짝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읽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뭔가 지적질을 좀 해야 할 것만 같은 방어적인 태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이 양반의 소설을 한 권만 읽고 넘어가 버릴 수 없었던 것은 욕하거나 말거나 대중소설로써는 정말 훌륭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특히, 이 분이 다루는 주제의식과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저에게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오리진"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거지만 "종교 VS 과학"이라는 기본 콘셉트에 대해서는 한결같은 분이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에 다빈치 코드나 인페르노 같은 작품들을 건너 뛰어서 오해를 하는 걸 수도 있지만 대체로 작가적 관심은 비슷할 거라는 판단이 들어요. 처음과 마지막이 한결같으니까 말입니다. 

   그 와중에 놀라웠던 점은 자신이 한결같이 좋아하고 천착하는 주제에 대해 엄청나게 공부를 하셨고, 준비도 많이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꾸 비슷한 걸 하려다 보니 스스로도 머쓱하셨던지 이번에는 최첨단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설정을 잘 녹여 넣으셨습니다. 잘 넣은 정도가 아니라 4차 산업시대의 주인공 인공지능 초 슈퍼 울트라 컴퓨터가 로버트 랭던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뿜으십니다. 

   자꾸 길어지는데 결과적으로 천사와 악마에서 시작한 "종교 VS 과학"의 주제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그 범주 내에서 수평적으로는 인류의 기원과 종말 문제를 끼워 넣고, 수직적으로는 초 미래기술과 하이브리드 슈퍼 인공지능 컴퓨터 이슈를 넣어 소설적으로는 완벽한 구조와 재미를 이끌어 내었다는 점을 꼭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장치들이 이 소설을 정말 즐겁고 재미지게 읽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대단한 능력입니다.





2. 여행 안내서 같은 스토리텔링이 빛나는 이야기


   "천사와 악마"에서도 로마 바티칸 지역에 대해 그랬지만 다른 소설들에 대한 평을 봐도 소설마다 특정 국가와 지역에 대한 실제 지형지물을 그대로 활용하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 "오리진"에서는 스페인의 주요한 장소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가우디 건축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마치 가우디 건축 양식을 따라 여행하는 기행문을 박진감 넘치는 장르소설의 형태로 풀어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설적 장치로 장소를 활용한 것인지 본인이 열심히 답사하면서 감탄했던 장소를 소개하기 위해 소설을 쓴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힘을 줘서 장소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야 뭐 국내파라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여타 여행 프로그램이나 예능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스페인의 주요 명소 모습이 워낙 멋있기는 했고, 가우디라는 걸출한 천재가 버티고 있는 곳이니 어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이번 소설을 준비하면서 스페인 곳곳의 장소를 활용하면 최적일 거라는 작가적 상상을 했을 것이 저도 상상이 됩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은 곳이 되었고, 가우디가 건축한 고급 맨션 까사밀라는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집이 되었으며,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보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지하의 비밀 공간까지 탐험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늘 초 고전 미술이나 예술 작품에 관심을 집중하던 브라운 옹이 이번에는 현대 미술에까지 관심을 확장해 소설에 잘 적용했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습니다. 돈도 엄청 많이 버셨는데 끊임없이 노력을 많이 하시는구나 싶었습니다. 하기야 어느 정도 경제력이 해결된 이후에는 명예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이제부터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야'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를 너무 많이 하셨습니다. 소설은 소설로 읽어 싶습니다. 교과서가 아니잖아요...


   이 정도 칭찬을 했다면 조금은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도 언급을 하고 싶군요. 가만 보니 저자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평소 관계를 잘 맺었던 고고학 전문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5년간이나 다른 소설도 안 읽고 작품 연구에 매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원,투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5년이나 아무것도 안 하고 작품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부럽다... 가 아니라 그만큼 힘이 많이 들어가셨고, 머리도 비상하시니 연구를 너무 하셨어요.

   소설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 중 하나가 작가가 독자를 가르치려고 교훈을 늘어놓거나 작품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일입니다. 이야기 전개나 독자의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만 제한적으로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브라운 옹은 공부를 너무 하셨던 것이지요. 이걸 설명하고 싶어 미쳐버리겠는 겁니다. 내가 이렇게 공부해서 니들이 모르는 게 맛을 말아 버렸단 말입니다. 그러니 목소리 높여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고 소리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셨던 것이지요. 

   뒤로 갈수록 장광설에 가까운 이론이 그야말로 쏟아져 내립니다. 대중 소설로는 해서는 안될 짓이지만 그 외 부분이 워낙 재미있고 전개가 빠른 데다가 긴장감이 넘치다 보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읽기 신공을 펼치면 그럼에도 너무 재미지게 읽어 나갈 수는 있습니다. 심지어 저는 개인적으로 워낙 저의 관심사와 잘 부합하다 보니 그 장황한 부분이 '누가 범인이냐' 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이게 욕인지 칭찬인지 저도 헤깔리는 지경에 이르면서 표류하는 느낌이...

   에라 모르겠다. 우리 인류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종교학적, 과학적, 철학적 고찰이 쏟아지는데 어찌나 재미지던지요. 소설을 빼고 논픽션으로 댄 브라운 옹이 그동안 수집하고 공부한 자료들에 대해 정리해서 출간해주셨으면 더 재미지게 읽을 것만 같습니다. 거기에다 현대 미술 일부와 특히 인공지능 슈퍼컴퓨터까지 출전하니 얼마나 재밌게요?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이빨 빠진 나머지 작품들도 찬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특히 독서가 잘 안되거나 스트레스가 많아서 다른 책은 읽기 힘들 때까지 참았다가 하나씩 꺼내 들어야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고, 편견 없이 애정 해줘야 할 작가임은 분명합니다. 그만큼 노력하는 천재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리진'의 경우는 말미의 반전이라든가, 장황한 설명 등은 사족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장르소설로서의 가치는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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