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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
국내도서
저자 : 케이트 쇼팽 / 이리나역
출판 : 책읽는고양이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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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인에게 생소한 작가 케이트 쇼팽

아마 대다수의 독자에게 "그 유명한 케이트 쇼팽이 쓴 소실이니 읽어보시라"라고 한다면 얼마나 "오~~ 그래? 케이트 쇼팽이군!"이라고 대답하겠습니까? 모르긴 해도 거의 "그게 누군데?"라고 되물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생소한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책이 너무 얇고 디자인이 깔끔한데다가 제목에서 오는 궁금함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은 여섯 편의 짧은 소설을 모은 단편집입니다. 이 중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 표제작입니다. 일단 뭔가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의 소설은 얼마나 짧은지 최근 유행하는 초단편으로 분류해도 될 만큼 금세 읽었습니다. 그러나 이 짧은 단편의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저 멀리 서 있던 사람이 갑자기 전력 질주로 달려와 제 뒤통수를 거세게 쉐리마 빡 소리 나게 후려치고 지나가는 것만 같은 충격을 느꼈던 것입니다

 

짧은 시간의 충격으로 정신이 마비되는 상황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아 이거 제대로 읽어봐야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자세를 경건하게 고쳐 잡고 읽었습니다.

 

여섯 편의 글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취향의 탓으로 작품간 품질의 차이는 다소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매우 훌륭하고 흥미로운 글이로다.'라며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마음 깊이에 자리하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잘 다루고 있는 데다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도 탁월한 작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2. 그래서 케이트 쇼팽이 누구신가?

사실 표지에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라는 설명을 써놔서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일부러 작가에 대해서는 따로 보지 않았습니다. 요즘 출판계에 유일하게 팔리는 주제인 "페미니즘"을 굳이 표방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기에 더욱 선입관을 가지고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제가 읽은 작품 여섯 편만 놓고 본다면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나, 굳이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특정 장르로 한정하기에는 보다 더 보편적인 성격의 소설들이라고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보니 일단 엄청 옛날 사람... 1850년에 태어나셨습니다. 같은 정서와 가치관을 공유하기에는 너무 이전분이라 평가를 달리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 당시에 이런 내용의 소설이라면 정말 시대를 앞서간 분인 것 만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당시에는 무척 저평가를 받았겠구나, 아니 비난을 많이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800년대 그러니까 19세기 말미에 이런 소설을 쓰셨으니 지금에 와서야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라 불릴 만한 작가입니다. 인간적으로 정말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이십니다. 인간이 사고하는 데 있어 자신이 타고난 시대와 문화와 환경의 제약을 넘어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 인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에도 페미니즘을 언급만 해도 팔 걷어붙이고 니가 맞나 내가 맞나 한판 붙어보자며 쌍욕부터 하는 시대가 아니던가요? 이 분의 시대를 초월하는 정신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재미난 이야기로 녹여내는 능력은 가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경배를 해야 할 상황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분이 '내가 바로 페미니즘 소설 작가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굳이 상상해보자면 일종의 사회파 소설을 썼던 분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지요. 인간을 관찰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다 당면한 모순을 표현하고 사회적 제약과 편견, 한계를 드러내다 보니 "여성"의 신분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인간 군상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작가가 이 소설들을 썼을 당시에는 '여성들이야 일어나라~~'며 가슴을 뜨겁게 할만한 영향력을 주지는 못했을 테지만 다행히 이 분의 소설이 살아남아서 사회가 성숙해감에 따라 폭발력이 생긴 것이라 생각합니다.  

 

 



3. 각 작품에 붙이는 간단 평...

이 짧은 단편에다가 줄거리가 어떻게 주제가 뭐고 느낀 점이 뭐라고 서평을 하는 것이 뭔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직접 좀 읽어 보세요. 금방 읽는 분량입니다."라고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니까요. 그래서 그냥 한 줄 평을 쓰는 것으로 갈음하겠습니다.

1)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
   - 아주머니 충격으로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다. 그 와중에 남들에게 오해까지! 억울해서 벌떡 일어날 지경...

2) 최면
   - 의도하는 바도 감춰진 의미도 알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는 흥미롭지 않았음. 뭔가 내게 목욕감을 줬어...

3) 아내의 편지
   - 놀랄 만큼 극적이다. 언뜻 보면 '사랑과 전쟁'의 한편을 보는 듯하다. 파괴적이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위험한 감정과 비극

4) 라일락
   - 인간은 인간을 사랑한다. 사랑은 모두에게 개별적인 사건이다. 성경은 아마도 남자가 썼을 것.

5) 데지레의 아기
   - 관습에 갇힌 사고가 낳은 어리석은 선택. 제발 "생각"이란 것을 하고 살아라. 이 자식아.

6) 바이유 너머
   - 주인공이 흑인 노예 여성이라 페미니즘적이라고 분류할 수는 있지만 이거슨 그런 거시 아니여. 이거슨 사랑의 힘이여. 더 파워 오브 러브랑께!!! 
    

   1800년대 후반의 미국 여성이 바라보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 한계를 벗어나고픈 열망이 담긴 재미진 이야기를 읽을 것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훌륭한 단편집. 이 양반의 유명한 장편 "The Awakening"이 읽고 싶어집니다. 뭐랄까, 좀 더 알아가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달까? 여성이든 남성이든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살짝 뛰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것이 책 읽는 묘미가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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