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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양윤옥역
출판 : 도서출판비채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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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키의 초역 단편 X 카트 멘쉬크 예술적인 그림의 콜라보

   무라카미 하루키와 카트 멘쉬크의 콜라보 시리즈는 띄엄띄엄이지만 가뭄에 콩 나듯이 하나씩 출간되고 있네요. 시리즈 첫 작품 "잠"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로운 단편이었지만 무엇보다 멘쉬크의 일러스트가 너무 매력적이었지요. 몽환적이고 살짝 공포스럽기도 해서 스토리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으니까요. 두 번째 책 "빵 가게 재습격"이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면 세 번째 "이상한 도서관"은  이상한 분위기를 너무 잘 잡아서 나름 감탄을 했을 만큼 훌륭했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희한해서 뭔가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편해지는 면도 있지만 생소한 것을 접했을 때 느끼는 충격적 쾌감이라는 것이 급속도로 사라지게 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역 단편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은 이 단편을 읽었을 때 신간인지 기존 초창기 단편집에 수록된 단편인지 전혀 구분이 안 가는 익숙한 느낌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카트 멘쉬크의 일러스트레이션의 경우도 기존 시리즈 대비 일러스트가 더 충격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느낌이 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토리도 그림도 특별할 것이 없으니 너무 평범하게 느껴지고 한 편으로는 식상하다는 느낌까지 들게 되니 이거 참 곤란합니다. 하루키 횽님... 늘 한결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마라톤을 하시는 그 스타일처럼 소설도 늘 특별한 변화 없이 한결같음을 유지하시니 대단하기도 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스타일 변화의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뭐가 좋은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이 형님의 한결같은 스타일 때문에 신간에 대한 기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2. 예술이냐 사치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시리즈를 구매하시는 분들 중에는 책의 물성이 가지는 가치 때문에 소장 가치가 높다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꼭 가격에 비례해서 책 두께가 두꺼워지고 글자 수가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림 한 장의 가격이 얼마나 비싸게 팔릴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하루키 신간 소설이라는 네임드 결과물과 그동안의 파격으로 이미 강한 인상을 심어준 카트 멘쉬크의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요소는 제법 구매욕과 소장욕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제법 돈 지랄이라 여겨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용만 놓고 보면 너무 짧은 단편 하나가 일러스트의 힘으로 한 권의 책이 된 케이스가 아닙니까? 이 소설은 사실 영미권에는 "벌스데이 앤솔로지"라는 이름의 단편집에 하루키의 단편 하나가 추가된 형식으로 발간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앤솔로지가 다 빠지고 하루키 단편 하나만 번역했으니 그만큼 내용의 충실도 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앤솔로지는 같은 주제나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비교해서 읽으면서 공감도 하고 분노도 하는 등 나름 입체적인 독서가 가능한데 이건 뭐 그냥 "20살 여성이 생일인 당일 일하다 겪는 뭔가 이상한 일" 정도의 하루키스러운 소설일 뿐입니다. 그러니 반갑기는 한데 돋보이는 신선함은 없죠. 

   멘쉬크의 일러스트가 감각적이기는 한데, 사실 비슷한 스타일의 반복일 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의 일러스트는 괴이한 느낌도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일러스트가 비슷비슷한 느낌이라 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누가 선물로 준다면 소장하고 픈 책이기는 하지만 꼭 돈 주고 구매해서 소중히 간직하기에는 좀 거시커니 하다는 생각이 살포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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